본문 바로가기

한국의 하루하루/오늘의 끄적

아팠던 하루 그리고...

오전부터 머리가 조금 아팠다. 2호를 어린이집으로 배웅하고 3호를 돌보느라 나를 돌보지를 못했다.

점심 무렵 3호 이유식을 먹이고 나니 나는 방전이였다. 말도 안통하는 3호에게 부탁을 했다.
-아셀라~ 우리 코~ 자자.
그리고 나는 거실에서 퍼져 버렸다.
착한 3호는 혼자 놀다가 어느새 내게로 와서 내 배를 베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런데 두통이 심해지니 먹은 것도 없는 속도 다 엉망이 되어 구토도 나오고 이미 진통제를 먹을 타이밍을 놓쳤다.

3호를 맡기고 남편을 불러서 응급실을 다녀왔다. 요 몇달 남편이 너무 미웠고 그 감정마저 아까워 모든 것을 내려 놨었다. 결혼 생활 최대의 위기였지만 아이들에겐 최대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아프기 며칠전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 하는 순간 나는 그제야  서러움 분노 슬픔... 형언할 수 없는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숨은 울음을 울었다. 그리고 상황을 정리할 이성이 생겼다.
떠나야 겠다....하는 .....그리고 어이없게도  용서해야겠다는 생각도 같이.

그런데 아픈 와중에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은 죽고 썩으면 그만일 이 몸뚱아리에 연연해서 뭐하냐는 것. 이 쓰잘데기 없는 것들에 목 멜 것이 없다는 것. 영혼, 정신만 올곧게 하고 살기 위해 애쓰자는 것...

빨리 달려도 한시간은 족히 걸리는 구불구불 산길을 삼십분도 걸리지 않게 남편은 속도를 내었고 그 와중에 토하는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사람의 미안함이 느껴졌다.
응급실에서 진통제를 맞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여러 조치를 받으며 잠도 잤다.
금요일에 다시 정밀 검사를 하기로 하고 아가들 때문에 일단 집으로 왔다.

남편은 아프면 전복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근처에는 죽집이 없다. 병원 근처 죽집에서 미리 포장을 해뒀었다.
밤9시가 넘어서야 집에 와 죽을 먹고 약도 먹었다.몸이 살것 같다.

영육간의 건강을 기도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빌다가도 너무 억울해서 이건 기도가 아니라고 부정도 했다. 잘못을 모르는 상대가 용서조차 구하지 않는데 내가 왜 앞서서 용서할 마음을 청해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순간 용서를 구하는 그가 있었고 용서를 했음에도 다 비우지 못했던 마음도 있었다.

오늘.... 참 많이 아팠다. 죽을 정도로 아팠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간 언제 아팠냐는 듯이 몸이 괜찮다.
더불어 내 마음도 다 나은 듯 하다.
글재주가 변변찮아 복잡했던 지난 몇달의 시간동안의 나를 이렇게 밖에 글로 남기지를 못하겠다.

'한국의 하루하루 > 오늘의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꺄악!!!!!!!눈이 시작이야!!!!  (22) 2018.11.24
드디어 금연시작~!!  (14) 2018.11.22
헉 이것은 산삼??!!  (12) 2018.11.17
꼬물꼬물 귀요미♡  (16) 2018.11.16
소야 소야 안추워?????  (8) 2018.11.14